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■ 약화사고 사망자 얼마나 많나
미국의학연구원(IOM)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미국인 15만명이 병원 처방약 오류 등으로 병이 악화되거나 상해를 입고 있으며, 투약 실수로 죽는 사람은 한해 7000명에 이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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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03년 일본 후생노동성도 2001년 한 해 동안 1239명이 약화사고로 사망했다고 밝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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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반의약품이 아닌 전문의약품 사망자만 1239명이다. 영국 국립의료원(NHS)도 지난 3년간 의약품 부작용을 겪은 사람이 1만3000명이고 이중 3000여 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.
그렇다면 우리나라 약화사고 사망자는 얼마나 될까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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보건복지부 의약품정책팀은 지난 1월 발간한 '의약품 사용과오 예방을 위한 가이드라인'을 통해 '통계자료가 보고된 바는 없지만 발생률에 있어서는 (미국 일본 등과) 유사할 것으로 추정된다'고 밝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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인구 대비로 볼 때 우리나라도 연간 800~1000명이 약화사고로 사망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얘기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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약 좋아하는 국민성을 감안하면 약화사고 사망자가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많다.
시민단체 건강세상네트워크 강주성 대표는 "약화사고를 줄이기 위해선 수 백 명이 죽는지, 수 천 명이 죽는지, 정확한 실태조사부터 이뤄져야 한다"고 말했다.
■ 약화사고 왜 생기나
약화사고가 생기는 가장 흔한 원인은 의사의 처방 잘못과 약사의 조제 실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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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밖에 약 자체의 부작용과 의약품 관리 부실로 인한 변질 등도 약화사고의 원인이 된다.
의사의 처방 잘못 중에선 '병용(倂用)금기'와 '연령(年齡) 금기'를 어긴 것이 가장 많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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병용금기란 비록 각각의 약물은 안전하더라도 두 약을 함께 복용하면 부작용이 생기는 약들을 처방하지 말아야 하는 원칙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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연령금기란 나이에 맞지 않게 처방할 수 없는 원칙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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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해 1~9월 전국 병·의원에서 병용금기 1만464건, 연령금기 1만187건 등 총 2만651건의 금기약 처방이 발생했다고 집계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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특히 동시에 복용하면 위장관 출혈이나 위궤양을 일으킬 수 있는 소염진통제 '케토롤락 트로메타민'과 '아세클로페낙'의 처방이 1677건(16%)으로 전체 병용금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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최근엔 컴퓨터로 처방전을 입력하기 때문에 거의 없어졌지만 과거엔 판독이 어려울 정도로 약 이름을 흘려 써 약화사고가 일어나는 일도 많았다.
약사는 의사가 처방한대로 약을 조제하지 않거나 복약지도를 잘못해서 약화사고를 일으키게 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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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중에서도 처방한 약의 용량을 잘못 조제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데 소아 환자의 감기약 시럽 용량을 잘못 조제하는 경우가 특히 많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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예를 들어 하루 40㎎/㎏ 처방 했는데, 400㎎/㎏을 조제하는 것과 같은 실수다. 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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밖에 의사가 처방한 약 중 일부를 실수로 빼 먹고 조제하거나, 처방하지 않은 약을 더해서 조제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.
또 하루 한 번 복용해야 할 약을 하루 세 번 복용하게 하거나, 식후에 복용해야 할 약을 식전에 복용하도록 잘못 복약지도를 하는 경우도 있다.
유효기간이 지났거나 변질된 약을 조제해 약화사고가 생기는 경우도 있고,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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약 이름이나 색깔이 비슷해 발생하는 약화사고도 많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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수술실에서 쓰기 위해 처방한 마취약 처방전을 수술 후에 다시 써서 수술을 끝낸 환자가 다시 마취가 되는 것과 같은 단순 착오로 인한 사고도 드물지 않다.
한편 의사나 약사의 실수가 아닌 약 자체 부작용으로 인한 약화사고도 많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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식품의약품안전청에 보고된 약 부작용 보고 건수는 2004년 907건, 2005년 1841건, 2006년 2467건, 2007년 3750건으로 미국(42만 건), 일본(3만 건)보단 적지만 매년 40% 이상 늘고 있다. 발진, 어지럼증, 매스꺼움 등 비교적 미미한 부작용도 모두 포함된 수치다.
보건복지부 의약품정책팀 오창현 사무관은 "지금까지 약화사고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예방하는 정부 차원의 대책이 미흡했다. 의·약사가 약화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데 이어 정부 차원의 약화사고 관리 시스템과 전담센터를 마련할 계획"이라고 말했다.